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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2종 보통 운전면허 기능 시험 독학 합격 후기 (강남운전면허시험장)
    프로젝트/독학으로 운전 면허 따기 2019. 7. 24. 13:25

     

    더 이상 스티커 붙일 곳이 없었던 응시표. 마지막 시험이었던 4회차 시험을 보러가면서 더 이상 공간이 없는데 다음 시험 스티커는 어디에 붙여야할지 고민했던 것이 생각난다....

     


     

    드디어... 합격............

     

     

    드디어 2종 보통 기능 시험에 합격했다. 이날 시험을 먼발치에서 시켜보고 있던 애인 말로는 어떤 사람이 시험 차량에서 내려 너무 행복하게 뛰어가길래 '아, 얘(나) 붙었구나.' 직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건 진짜로 나였다. 너무 행복했던 나머지 시험 때 착용하는 조끼를 입고 출구까지 뛰어갔다가 반납하러 돌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합격 소식에 내가 이렇게까지 기뻐했던 이유는 독학으로, 4회 차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정말 눈물 날듯이 기뻤다. 강남운전면허시험장 기능시험장에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어 진짜...... 시험장 앞 다리를 건널 때마다 요단강 건너는 것 같았다....

     

    네 번이나 건넜던 요단강 다리. 늘 이 다리를 건널 때는 정신 없었기 때문에 직접 찍어둔 사진이 없다. 그래서 출처는 네이버 지도의 도로뷰.
    첫 시험에 응원와준 J가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 요단강 다리 끝에 기능시험장 입구가 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응시생 외에는 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이곳을 통과하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다. 입구를 관리하는 감독관 말로는 원래 암묵적으로 비응시생도 들어와서 참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참관하는 사람들 때문에 신경쓰인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이제는 시험장 안에 출입할 수 없다고 한다. 비응시생인 동행자는 이 표지판 앞에 서서 기다려야한다. 딱히 앉아있을 곳도 없고 덥기 때문에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중도 탈락할 것이 아니라면 최소 30분 정도는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재밌고 수월했던 준비 과정

     

     

    필기시험을 마치고 대강의 시험 절차를 공식 홈페이지(http://www.safedriving.or.kr)에서 확인해봤다. 이제 기능 시험을 준비할 차례였다. 유튜브에서 몇 개의 시험 영상을 확인해보니 독학으로 시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는 시험이 4회차까지 길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_^...) 처음에 내가 세웠던 계획은 유튜브 영상을 보며 무한정 시뮬레이션을 돌린 후 장내 시뮬레이션 차를 한 두 번 타보고 합격할 때까지 시험을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유튜브의 실제 시험 영상을 배속 반복했고, 문서로 정리했다. 시험 영상을 다 외워갈 때쯤 내 계획을 들은 친구 J가 그렇게 해서는 절대 붙을 수 없다며 본인이 직접 연수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J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아빠도 주말에 짧게 연수를 시켜주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운 좋게 각각 두 시간, 한 시간 총 세 시간의 기능 시험 연수를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연수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아니, 인터넷 뒤져보니까 유튜브 영상만 보고 붙는 사람들도 많던데 꼭 직접 해봐야 돼?'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수를 받은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기본 조작까지는 실제 차량 없이 연습해볼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지만, 기본적인 주차, 브레이크, 엑셀, 차선 감은 실제 차량을 만져봐야 습득할 수 있는 것이 분명 있다. 

     

     

    먼저 J에게 두 시간 정도 연수를 받았다. J가 가지고 나온 차는 구형 카니발이라서 시험 차량에 비하면 엄청 크게 느껴졌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첫 운전 연습을 큰 차량으로 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들을 틀었을 때 각도가 더 크게 바뀌기 때문에 익숙해지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래서인지 시험 차량에 탑승했을 때 상대적으로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J는 본인이 운전연수를 받을 때 자유방임주의를 원했다면서 기본적인 조작법만 알려주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조수석에 조용히 앉아있는 J의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나를 내버려두는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없었는데 곧 왜 J가 자유방임주의를 선택했는지 이해했다. J가 모든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줬더라면 나는 그날 배운 것의 반의 반도 배우지 못하고 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서 독학으로 기능시험을 준비할 생각이라면 도움을 최대한 받지 않고 본인이 시행착오를 거쳐서 감을 터득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직접 시행착오를 거치며 공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보니 핸들을 얼마나 어떤 방향으로 꺾어야 하는지, 엑셀과 브레이크는 어떤 강도로 밟아야 하는지, 좌우회전 시 핸들을 돌릴 타이밍은 언제인지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연습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핸들을 몇 바퀴 돌렸는지 기억하는 것이었다. 굴곡이 없는 아스팔트라면 핸들이 알아서 풀렸을 텐데 울퉁불퉁한 공터 흙바닥의 굴곡 때문에 핸들이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았다. 따라서 내가 좀 전에 몇 바퀴 돌렸는지를 기억해서 바퀴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J는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코치를 해줬다. 이렇게 한 시간 반 정도 연습을 하자 어느 정도 감을 익힐 수 있었다. 내가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온다고 하자 J는 차량이 없는 주차장에 나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거기서 직접 T주차 시범을 보여주고 내가 하도록 도왔다. 이때 J도 나도 동의했던 것이 공식대로만 해서는 감점 없는 T주차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J는 시험 보기 전에 장내 시뮬레이션 차량으로 연습해보는 것을 추천했고 나도 그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T주차 연습을 마치고 주차장을 우회전으로 몇 바퀴, 좌회전으로 몇 바퀴 돌아봤다. 정말 짜릿하고 재밌었지만 동시에 기가 다 빨려버렸다. 이날 J가 가르쳐준 것들은 4회차에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큰 도움이 되었다. 도로주행까지 합격한다면 부모님보다, 애인보다 J에게 먼저 소식을 알리고 싶다.

     

     

    시험을 하루 앞두고 아빠에게도 연수를 받았다. 지금 살고 있는 서울에서는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차로 1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고향의 유원지에 다녀왔다. 세월호 추모로 유원지 분위기가 많이 얼어붙었다고 들었는데 막상 가보니 내가 기억하는 어릴 적 모습 그대로였다. 동생말로는 여기서 운전연습을 하면 경비아저씨가 쫓아낸다고 하던데 이른 새벽에 찾아가서 그런지 다행히도 편하게 연습할 수 있었다. 나 말고도 연습하는 차가 두 대 더 있었는데 그분들은 도로주행을 연습하거나 면허 합격 후에 운전연습을 하시는 것 같아서 정말 부러웠다. J에게서 전반적인 운전의 기초와 감을 배웠다면, 아빠한테는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배웠다. 첫 번째는 후진 주차 및 수정이었고, 두 번째는 차선을 지키며 좌우회전하는 것이었다. 후진 주차 및 수정 방법은 한 15분 집중해서 하니 금방 익힐 수 있었다. 주차 칸이 그려져 있는 공간은 어디에서나 찾기 쉽기 때문에 충분히 연습만 한다면 누구든지 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차선을 지키며 회전하는 것은 30분 넘게 연습했는데도 익히기 쉽지 않았다. (실제로 차선 지키기는 마지막 시험까지 내 발목을 잡았다.주차 칸과 달리 휘어진 차선이 그려져 있는 곳을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속 상상하면서 연습해야 했다. 만약 휘어진 차선이 그려져 있는 곳에서 연습할 수 있었다면 훨씬 금방 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빠 차는 제네시스여서 J의 카니발보다 살짝 작았다. 차가 작아지니 확실히 운전하기 쉬워졌다. 시험 차량은 제네시스보다 살짝 작은 느낌이었고, 실제로 시험을 보면서도 차량의 크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한 시간 정도의 연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정말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준비로 첫 번째 시험을 20분 앞두고 장내 시뮬레이션 차로 전체 구간을 연습해봤다. 시뮬레이션 차를 연습하면서 실제 차로 연습해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뮬레이션 차의 기기는 실제 차량과 모두 같지만 운전하는 느낌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물론 시뮬레이션 연습 차는 특정 구간만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했다. 2000원을 투입하면 15분간 연습할 수 있는데 전체 구간을 이어서 연습하거나 특정 구간만 선택해서 연습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차로 연습하면서 멘탈이 살짝 나갔었는데ㅋㅋㅋㅋㅋ 차선 이탈에서 270점 감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타 아님ㅋㅋㅋ 27점 아님ㅋㅋㅋㅋ 270점 맞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실제 시험을 보면서는 이렇게까지 차선 이탈을 한 적은 없었다. 듣던 대로 시뮬레이션 차가 훨씬 예민해서 조그마한 변화에도 크게 반응하는 느낌이었다. 깐깐해서 연습이야 확실히 되겠지만 나한테는 너무 답답한 느낌이었다. 실내 연습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녔다면 돈이 아까웠을 것 같다. 다행히도 어려울 줄 알았던 T주차는 무사히 통과했다. 마지막 준비를 마치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능시험장으로 향했다.      

     

     


     

     

    각 회차의 탈락 및 감점 요인

     

     

    1회차: 불합격

     

    1회차는 과정 살짝 보태서 수능 볼 때보다 더 떨렸다. 심지어 배정받은 차례도 203번으로 앞 순서였다. 대기하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더 떨렸던 것 같다.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기하는 자리와 시험 차량이 그렇게 가깝지 않기도 하고, 자기 차례와 공부한 것 챙기느라 시험 보고 있는 사람한테 관심 쏟을 여유가 별로 없다. 이걸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1회차에 반드시 붙을 거야! 하는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떨어진 게 참 아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떨어지는 게 당연한 실력이었는데. 이 상태로 도로에 나갔다면 나는 사고만 안 낸 예비 살인마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ㅎ...) 떨어져서 모두에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시험장을 걸어 나오면서 바로 다음 시험을 예약했다.... 

     

     

    1. 와이퍼 조작 해제 시 시간 초과 감점: 와이퍼 조작은 첫 번째 시험 이후로 만나지 못했다. 이때 내가 와이퍼를 2단을 작동했었나 보다. 그 점을 몰랐던 내가 약하게 내리면서 와이퍼를 해제하자 완전히 해제한 것이 아니라 1단으로 변경한 것이 되어버렸다. 당황해서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렀다. 결국 6초 내에 제대로 해제한 것이 되어 시간 초과로 감점당했다.
    2. 커브길 차선 이탈 감점: 강남 운전면허시험장은 T 주차 구역 3번과 4번 사이에 우회전이 두 번 연속되는 커브길이 있다. 나는 첫 번째 시험에서 5번에 배정되어 우회전 두 번이 연속되는 커브길을 먼저 지나가야 했다. 그런데 이 구간에서 오른쪽 두 바퀴 중 하나가 차선을 이탈해 감점당했다.
    3. T 주차 구간 주차 브레이크 미실행 감점: 후진하여 확인선에 접촉하고 '확인되었습니다.'라는 멘트를 들었다. 첫 시험이라 극도로 긴장하였는지 주차 브레이크를 올렸다가 내린다는 것이 기어를 P로 변속했다가 해제하는 행동을 하고 다시 출발했다. 즉, 주차 브레이크를 미실행한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T 주차 구간을 나가는 순간 감점당했고, 점수 미달로 불합격했다. (감점이 아니라 실격인가?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2회차: 불합격

     

    2회차에는 시험 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런데 연석을 밟아 강제 실격당한 것이어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ㅋㅋㅋㅋㅋ 연석을 밟아 떨어질 것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멘탈이 박박 갈렸다. 심지어 T주차를 무사통과하고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너무 아쉬웠다. 점점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남들은 T주차에서 차선 이탈로 떨어지는데 왜 나는 늘 잡다한 걸로 떨어지지?' 이때 참 억울했었는데 도대체 왜 억울했던 건지 모르겠다. 결국 내 실력이 부족하고 실수를 줄이지 못해서 떨어진 건데ㅋㅋㅋㅋㅋㅋ 역시 시험장을 나오면서 바로 다음 시험을 예약했다ㅎㅎㅎ....

     

     

     

    1. T 주차 구간 2분 시간 초과 감점: 수정 주차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2분 2초에 주차 구간에서 나오게 되면서 시간 초과로 감점당했다. 하지만 주차에서 시간 초과로 감점당하는 것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멘탈이 흔들리지 않았다.
    2. 우회전 구간 연석 밟고 강제 실격: 교차로 구간 진입 전 우회전 구간에서 오른쪽 앞바퀴가 연석을 밟고 올라갔다. 강제 실격당했다. 이렇게 강제 실격당하면 통제실에서 'XX번 차량 정차하세요!!'라고 아주 크게 말해준다. (정말 다급한 목소리로 말씀해주신다^_^...) 그 소리를 듣게 되면 정말 슬퍼진다. 연석을 밟은 내가 안타까우셨는지 불합격 시 종료선까지 데려다주시는 감독관께서 어떻게 하면 차선 이탈 없이 갈 수 있는지 짧게 시범을 보여주셨다. 학원을 다니지 않았던 나로서는 그런 친절이 정말 감사했다. 천천히 바퀴를 보면서 가면 차선 이탈할 일이 없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실제로 이 조언 덕분에 그 뒤로는 차선 이탈로 감점당하는 일이 없었다.

     


     

    3회차: 불합격

     

    3회차는 불합격하고 모든 의욕을 상실해서 찍어둔 사진이 없다ㅋㅋㅋㅋ 그래서 안전운전 통합민원 홈페이지에 남아 있는 기록을 대신 첨부한다. 4회차 시험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장 이른 시간에 시험을 봤다. 이른 시간에 시험을 보고 탈락하면 후폭풍이 더 오래간다. 그전까지는 '망할 T주차 구간을 얼른 넘어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3회차 시험에서 탈락한 후에는 '교차로 좌회전... 돌발... 가속... 내가 할 수 있을까?' 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자신감은 잃었으나 역시 시험장을 나오면서 바로 다음 시험을 예약했다^_^ㅎ..... 이제 정말 여기 그만 오고 싶었다.... 

     

    1. T 주차 구간 주차 브레이크 미해제로 실격: 물론 내 실수이긴 했지만 3회차 탈락 요인은 정말 아쉬웠다. 1회 차 시험부터 주차 브레이크를 해제하고 작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팔힘이 약해서인지 뻑뻑하고 무거운 주차 브레이크를 잡고 옮기느라 많이 낑낑거렸다. 이날 1분 35초로 T 주차를 마치고 나오면서 합격을 예상하고 들떠 있었는데, 직각주차 구간 종료를 알리는 알람 소리가 들리는 순간 실격당했다. 채점판에서는 주차 브레이크 미해제로 실격이라는 안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감독관에게 주차 브레이크를 다 내렸는데 왜 주차 브레이크로 실격당했는지 물었다. 감독관은 한번 주차 브레이크를 잡고 내려보라고 했다. 주차 브레이크가 쑤욱 내려갔다. 알고 보니 주차 브레이크를 중간까지만 내린 것이었다. 내 실수였고 충분히 실격당할만했지만 정말 아쉬웠다. 4회차 시험 전에 시험 안내와 질의응답을 담당한 감독관에게 주차 브레이크를 쉽게 해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자 살짝 들었다가 내리라고 했다. 실제로 그렇게 했더니 무리 없이 완전히 해제되었다.

     


     

    4회차: 합격 (85점)

     

    지난 세 번의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언제나 시험을 치기 전에는 '오늘은 붙을 것 같아.'라고 기대하곤 했다. 하지만 이날 시험에서는 일부러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기대가 커지면 실망도 커지기 때문에.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시험에서 합격했다. 3회차 시험에서 연석을 밟아 강제 실격당했던 구간에서 서투르지만 감점 없이 회전하는 날 보면서 '아 실수만 안 하면 붙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고, 시험 종료를 6초 정도 남겨두고 합격했다. 정말 행복했다. 요단강 다리를 다시 건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정말 후련했다.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춤추고 싶었다. 

     

    1. 시작 시 좌측 방향 지시등 미해제 감점: 더 이상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 20분 거리여서 멀지 않았지만 찾아오는 것이 지치기 시작했다. 강남 운전면허시험장이 이제 너무 익숙해져 버린 사실이 야속했다. 이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 상태에서 시험이 시작됐다. 정신이 없어서인지 출발선을 넘은 후에 좌측 방향 지시등을 해제하지 않아서 감점당했다. 멘탈이 흔들리지는 않았는데 아쉽긴 했다.
    2. T 주차 구간 탈선 감점: 저번 회차에 탈락 요인이었던 주차 브레이크 해제 등에 꼼꼼히 신경 쓰고 수정 주차를 하느라 시간이 금방 갔다. 나오는 과정에서 한번 주차각을 수정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면 시간 초과로 감점이 될 것 같았다. 시간 초과로 감점받거나 의도적 탈선으로 감점받거나 둘 중 하나라서 그냥 탈선을 감행했다. 의도하기도 했고, 필요했던 선택이라 역시 멘탈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쉬웠다. 

     

     

     


     

     

    기능 시험 요령

     

     

    1. 최대한 수정 주차 감을 익힐 것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합격할 수 있는 팁을 원한다면 <기본적인 수정 주차 감을 익히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네 번이나 시험을 보게 되면서 장내 응시자들의 탈락 유형을 자연스럽게 분석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이 T주차 구간에서 탈선으로 인한 감점이 누적되면서 탈락당한다. 실제로 시험장에 가면 'XX번 차량 주차 구역 탈선 감점입니다.'라는 멘트 직후에 'XX번 차량 점수 미달 불합격입니다.'라는 멘트가 연달아 나오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나는 주차 시간이 부족해서 의도적으로 탈선을 감행한 것 외에 주차 과정에서 탈선으로 인해 감점을 당한 적이 없다. 나는 이것 덕분에 내가 시험을 겨우(...) 4번 만에 붙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ㅎㅎㅎ.... 나도 흔히 알려진 <반 바퀴 오른쪽으로 감아 앞으로 간 후, 왼쪽으로 죄다 감아 후진> 공식을 사용하기는 했다. 그러나 네 번의 시험 중 공식대로 해서 한 번에 넣고 뺀 것은 단 한 번 밖에 없었다. 즉, T 주차 구간에서 탈선으로 인한 연속 감점을 당하지 않으려면 상황에 맞게 주차 각도를 수정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유튜브에서 수정 주차하는 방법을 공식처럼 알려주는 영상도 있는데 영상으로 보기만 해서는 실전에 가서 직접 하는 것이 절대 쉽지 않다.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수정 주차하는 감을 익힐 수 있게 부탁하는 것이 좋다.

     

    후진 시 내가 수정했던 방법을 말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최대한 몸을 창쪽으로 뻗어서 양쪽 뒷바퀴가 검지선에 닿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2-1. 왼쪽 뒷바퀴가 검지선을 밟을 것 같으면 왼쪽으로 끝까지 감았던 핸들을 풀어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그리고 D 변속하여 적당히 앞으로 나간 후 정지한다. 다시 R 변속하여 핸들을 왼쪽으로 끝까지 감아 후진한다. 2-2. 반대로 오른쪽 뒷바퀴가 검지선을 밟을 것 같으면 오른쪽으로 끝까지 감았던 핸들을 풀어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그리고 D 변속하여 적당히 앞으로 나간 후 정지한다. 다시 R 변속하여 핸들을 오른쪽으로 끝까지 감아 후진한다. 3. 직각 주차 구간에 후진으로 차를 집어넣을 때는 위의 방법을 사용하면 되고, 반대로 직각 주차 구간에서 차를 뺄 때는 같은 방법으로 바퀴를 제자리에 돌려놓은 뒤 R로 변속 후 적당히 뒤로 후진했다가 다시 완전히 돌려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상황에 맞게 한 두 번만 해도 반복해도 바퀴가 검지선을 밟아 감점당하는 불상사는 절대 생기지 않는다. 단, 2분의 시간을 초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여러 번 탈선하여 불합격당하는 것보다는 시간 초과로 감점당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 방법을 충분히 연습하다 보면 분명 2분 안에 수월하게 수정해서 넣고 뺄 수 있다. 

     

     

    2. 차선 지키는 것이 어려울 땐 브레이크 밟아가며 천천히

    내가 2회차에 연석을 밟고 실격했던 것은 너무 급하게 커브를 돌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감독관이 짧게 알려준 안내도 그랬고, 실제 운전면허를 소지한 아빠나 J의 조언을 들어보면 코너를 돌 때 차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천천히 하는 것이 제일이다. 아주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외에는 감점 사항이 없다. 20초? 이상 가만히 정차하고 있지만 않으면 된다. 단 차선을 지키느라 코너 구간에서 시간을 많이 소모하다 보면 전체적인 시험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합격했던 4회차의 경우 9분 46초인 시간제한을 4-6초 정도 남겨두고 합격선을 통과했다. 심지어 코너 구간에서 차선 지키는 것 때문에 시간이 부족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직진 구간에서 최대한 액셀을 밟았는데도 불구하고 4-6초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따라서 차선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면 다른 항목들을 완벽하게 준비해놓고, 직선 구간에서는 융통성 있게 액셀을 밟아 최대한 여유 시간을 마련해놓는 것이 좋다.  

     

     

    3. 가속 구간 10m 지점은 첫 번째 주황색 봉 참고

    시험을 네 번이나 봤지만 세 번째 시험까지는 모두 T주차 구간을 나오는 동시에 탈락했기 때문에 가속 구간은 마지막 시험 때만 해볼 수 있었다. 가속 구간은 진입하자마자 시속 20km 이상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표지판에서 10m가 지난 후에 가속해야 한다. 그래서 이 10m 지점을 가늠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지푸라기 잡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쥐 잡듯이 뒤지다가 가속 구간에서 탈락한 분의 후기를 읽게 됐다. 이분 역시 강남 운전면허시험장에서 기능 시험을 보셨고, 가속 구간 종료 지점에 이미 가까워졌을 때 가속을 해서 불합격되었다고 하셨다. 시험장 감독관님이 이분에게 "종료 지점에 다 왔는데 가속을 하면 어떡해요! 첫 번째 주황색봉 지났을 때쯤 가속해야지!"라고 말씀해주셨다고 하는데, 이게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힌트가 됐다. 네 번째 시험에서 가속 구간만 통과하면 드디어 바라던 기능 시험 합격이었고, 이 후기글을 믿어보기로 했다. 좌측 사이드 미러를 보며 차량의 끝부분이 왼쪽에 보이는 첫 번째 주황색 봉을 완전히 통과했을 때 가속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감점당하지 않았다!) 아마 우연하게 읽은 저 후기가 아니었다면 가속 구간에서 떨어져서 5번째 시험을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4. 돌발 구간은 정해져 있으며 미리 알려준다

    가속 구간 10m 지점 외에 나를 혼란스럽게 한 것은 돌발 지점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은 돌발 구간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지점들을 시험 직전 안내 강의에서 미리 알려줬다. (다른 세 개의 시험장은 어떤지 모르겠다.) 강남 기능시험장의 경우 'T주차를 마치고 나올 때' 또는 '좌회전 교차로 지나서 좌회전하며 코너 돌 때', 이 두 경우 중 랜덤으로 출제된다. 나는 후자가 출제되었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T주차 마치고 나오는 '직후'에 돌발이 출제되는 느낌이라면 후자는 좌회전 교차로가 끝나서 첫 번째 좌회전 코너 돌 때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을 두고 '여유롭게' 출제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후자도 좌회전 교차로가 끝난 직후에 출제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5. 주차 브레이크 해제

    내가 떨어진 3번의 시험 중 2번의 시험의 탈락 이유에 모두 주차 브레이크 해제가 있다. 주차 브레이크는 살짝 들어 올렸다가 내리면 잘 내려간다. 그리고 완전히 내려갔는지 확인해줄 것. 핸들 너머의 화면을 보면 주차 브레이크가 해제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인이 뜬다고 했던 것 같다. 

     

     

    6. 시험 직전 안내 강의와 질의응답 시간 적극 활용하기

    시험 직전 안내 강의를 10-12분 정도 해주는 것 같다. 처음에는 이 안내 강의가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됐다. 강의해주시는 감독관님마다 주시는 힌트가 달라서 운이 좋다면 나한테 필요한 힌트를 주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 직전까지 해결되지 않았던 궁금증이나 헷갈리는 것들을 일대일로 여쭤볼 수 있기 때문에 꽤 큰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늦지 말고 가서 안내 강의 듣고 질의응답 시간 이용할 것!

     

     

    7. 안전벨트는 잊지 말고 반드시 착용하기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출발선을 넘거나, 안전벨트가 시험 도중에 풀리면 강제 실격이다. 실제로 시험을 보면서 1종에 지원하신 분이 안전벨트를 착용하시지 않아서 출발선을 넘자마자 실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기껏 시험장까지 왔는데 시험을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야 한다면 정말 허무할 것 같다. 그러니 안전벨트는 잊지 말고 반드시 착용할 것.

     

     

    8. 감점당하는 것에 멘탈 털리지 말기

    이 시험은 상대평가가 아니라 80점만 넘으면 합격하는 절대평가다. 즉, 감점을 당하더라도 80점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합격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절대 감점 안 당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다가 자잘한 실수로 받은 감점 때문에 멘탈이 털려서 잘하는 구간까지 망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본인이 약한 구간에서는 감점당하더라도 '그래. 이 정도는 예상했어.'라는 마음 가짐으로 멘탈 관리를 해서 잘하는 구간에서 실수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9. T주차 시 4-6번에 배정받을 수 있음을 인지

    이건 팁은 아닌데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적어둔다. 기능 시험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거나, 시뮬레이션 차로 연습해보거나, 시험 영상을 보면 보통 T주차를 1-3번에서 보기 때문에 나 또한 그럴 것이라고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네 번의 시험 모두 5-6번 칸에 배정받았다. 예상과 달리 갑자기 5-6번에 배정받아서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해보니까 사실 1-3번보다 나은 것 같다고 느꼈다. 1-3번에 배정받을 경우 T주차가 끝나고 코너 돌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4-6번에 배정받으면 T주차 후 바로 교차로 좌회전을 하면 되기 때문에 남은 시험 항목이 얼마 없어 심리적 압박감이 덜했다. 무튼 1-3번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4-6번에 배정받으면 당황해서 안 하던 실수도 할 수 있으니 미리 인지해두자.

     

     


     

     

    기능 시험 합격까지의 총 비용은

     

    나는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기능 시험에 응시했고, 4회만에 합격했기에 기능 시험에 총 74000원을 사용했다

    - 기능 시험 비용 18500원 *4회 = 74000원

    지금까지 든 총 비용은 필기시험에서 22500원 + 기능 시험에서 74000원을 사용해 총 96500원이 들었다. 

     

     


     

     

    기능 시험 독학을 고민하고 있다면

     

    기능 시험에 붙은 것이 너무 기쁘기도 했고 도로주행까지 반드시 붙겠다는 염원을 담아 사진을 남겼다. 연습면허를 받고 이 사진을 찍을때까지만 해도 도로주행 분명 자신 있었는데ㅎ...

     

    필기시험만큼 쉽지는 않지만 기능 시험도 충분히 독학으로 합격할 수 있다. 다만 단 한 번에 붙는다고 생각한다기보다는 한 다섯 번까지는 볼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보는 것이 좋다. 유튜브 영상만 여러 번 보고 한 번에 붙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타고난 감과 운이 받쳐줘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독학으로 단 한 번에 붙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받게 될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충분히 독학으로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하나, 생각보다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절대! 절대! 필기시험만큼 쉽지 않다. 기능시험에서 한번 떨어지면 3일 후에 재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였다. 또 학원에서 기능시험 보는 것보다 스스로 챙겨할 것이 많다. 떨어졌을 때 다음에는 붙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오로지 혼자의 몫이다. 한 번에 붙으면 좋은 거고, 몇 번 떨어지더라도 학원비보다 싸니까 시험장에서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보는 것이 제일 좋다. 나는 총 4번 응시해서 18500원 *4회 = 74000원을 응시료로 지출했는데 학원비보다 훨씬 싸서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도전해보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직접 찾아가고 신청하는 것을 감당할 수 있고, 한 다섯 번까지는 시간과 돈을 써서 봐볼 여유와 생각이 있다! 하는 사람이라면 독학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최대한 빨리 붙고 싶고, 최소 4일에서 2주까지 인내할 여유가 없다! 하는 사람이라면 비싸더라도 학원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안전하게 합격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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